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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두 살 때 기억 안 나…‘자폐 뇌’에 비밀 풀 열쇠 있다

김성은 | Danielle Gabriel 2023-11-14 00:00:00

유아기 기억상실증’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형태의 기억 상실은 어린 시절에 형성된 에피소드 및 자서전적 기억이 완전히 상실된 것처럼 보이는 것을 말한다. 트리니티 칼리지
유아기 기억상실증’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형태의 기억 상실은 어린 시절에 형성된 에피소드 및 자서전적 기억이 완전히 상실된 것처럼 보이는 것을 말한다. 트리니티 칼리지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유아기에 형성된 기억을 잊어버리는 ‘유아기 기억상실증’은 가역적이고 예방 가능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신경과학자들은 유아기 기억의 유지와 자폐증과 관련된 뇌 발달 궤적 사이의 흥미로운 연관성을 발견했다. 해당 연구는 13일(현지시간) 주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실렸다.

우리 대부분은 2세 이전의 경험을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유아기 기억상실증’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형태의 기억 상실은 어린 시절에 형성된 에피소드 및 자서전적 기억이 완전히 상실된 것처럼 보이는 것을 말한다. 트리니티 칼리지 더블린의 연구팀은 유아기 기억상실이 자폐의 형태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 조사했다.

임신 중 감염에 대한 반응으로 촉발된 모체 면역 반응은 인간과 생쥐 모두에서 자폐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트리니티 신경과학자들은 이러한 변화된 뇌 상태가 유아기에 형성되는 일반적인 기억 상실도 예방할 수 있다고 처음으로 보고했다.

인간의 유아 기억상실증. 생애 첫 10년간의 자전적 기억 분포 유아 기억상실증의 두 단계를 보여준다. 참가자들(20세, 35세, 70세)은 3세 이전의 기억을 거의 보고하지 않았다. 러닝앤메모리  
인간의 유아 기억상실증. 생애 첫 10년간의 자전적 기억 분포 유아 기억상실증의 두 단계를 보여준다. 참가자들(20세, 35세, 70세)은 3세 이전의 기억을 거의 보고하지 않았다. 러닝앤메모리  

 

이 발견을 이끈 연구팀은 실험쥐를 사용해 임신 중 감염이 없는 상태에서 염증을 인위적으로 유발해 새끼의 뇌 발달을 변화시키는 모체 면역 활성화에 노출되면 뇌의 특수 기억 세포(엔그램)가 기능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쳐 유아기 기억 상실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또한, 이 연구는 성인이 되어 올바른 기억 엔그램을 활성화하면 유아기에 잊어버린 기억을 영구적으로 복원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실험에서는 빛을 사용해 관심 있는 기억 엔그램과 연결된 특정 신경 경로를 유발하는 광유전학 접근법을 사용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유아기 기억상실증은 유아기의 기억이 성인의 뇌에 저장되어 있지만 일반적으로 자연스러운 회상을 통해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검색 결핍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암시한다.

트리니티대학 생화학 및 면역학 부교수이자 신경과학연구소의 토마스 라이언 박사
트리니티대학 생화학 및 면역학 부교수이자 신경과학연구소의 토마스 라이언 박사

연구를 진행한 트리니티대학 생화학 및 면역학 부교수이자 신경과학연구소의 토마스 라이언 박사는 “영유아기 기억상실증은 인간과 포유류에서 가장 흔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기억 상실 형태일 수 있다. 광범위한 관련성에도 불구하고, 이 기억상실의 근간이 되는 생물학적 조건과 각 기억을 암호화하는 엔그램 세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사회적으로 우리는 유아기 기억상실증을 피할 수 없는 삶의 일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에 대해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사는 “임신 중 면역 활성화가 유아기 기억의 망각 여부를 결정하는 선천적이지만 가역적인 '망각 스위치'를 변경하는 뇌 상태를 변화시킨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 연구는 아동 발달 전반에 걸쳐 기억과 망각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자폐와 관련된 전반적인 인지적 유연성을 향상시키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라고 설명했다.

독일 베를린 막스플랑크 인간발달연구소 박사후 연구원이자 공동 저자 사라 파워 박사는 “뇌의 초기 발달 궤적은 유아기를 거치면서 우리가 기억하거나 잊어버리는 것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 발달이 유아기 기억의 저장과 검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더 자세히 조사하고자 하며, 이는 교육적, 의학적 관점에서 여러 가지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앞으로 포부를 밝혔다.

이 연구는 유아기 기억의 유지와 자폐스펙트럼장애(ASD)와 관련된 산모의 면역 반응 사이의 연관성을 밝혀냄으로써 발달 기억 연구의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배아기 및 출생 후 초기 발달 전반에 걸친 환경적 도전에 대한 뇌 기능의 적응성을 강조한다.

이 연구는 제이콥스 재단, 아일랜드 과학 재단, 유럽 연구 위원회, 베링거인겔하임 폰즈, 리스터 예방의학 연구소, 뇌 및 행동 연구 재단, 캐나다 고급 연구 연구소(CIFAR)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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