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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가 모국어 아닌 아동, 진짜 실력 부족할까?

김성은 2022-09-13 00:00:00

영국의 SAT 시험 결과 영국인 학생의 평균 점수가 이민 온 학생보다 낮았다. [출처=pexels] 
영국의 SAT 시험 결과 영국인 학생의 평균 점수가 이민 온 학생보다 낮았다. [출처=pexels]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비영어권 학생들의 영어 실력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외국어는 모국어 실력을 넘을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지난 6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들이 오히려 모국어로 사용하는 또래보다 영어 실력이 좋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SAT 시험점수 분석 결과 영국인 학생의 평균 점수가 이민 온 학생보다 낮았다. SAT는 영국 초등학생 2학년과 6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표준화된 평가시험이다. 시험에는 영어읽기와 문법, 철자, 말하기, 쓰기, 수학 등의 영역이 포함된다.

2022 SAT 시험에서 영어가 모국어인 학생의 58%는 읽기, 쓰기, 수학 부문에서 기대표준점수 이상을 달성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은 60%가 기대표준점수를 달성했다. 어릴 때는 영어권 학생의 실력이 높을 수 있지만, 11세가 되면 비영어권 학생들이 읽기, 쓰기, 수학 영역에서 반 친구들을 앞질렀다.

연구결과 읽기, 쓰기, 수학 영역에서 기대표준점수를 가장 많이 충족한 나라는 인도였다. 학생의 74%가 기대표준점수를 충족해 가장 높은 성취도를 보였다. 중국 학생의 70%가 기대표준점수 이상을 받으며 그 뒤를 따랐다. 가장 성취도가 낮은 그룹은 집시족으로 오직 15%만 달성했다.

이번 결과는 코로나19 여파로 영국에서 SAT 점수가 전반적으로 크게 하락했다는 보고가 나온 후에 알려진 것이다. 2019년 이후 처음 열린 SAT 시험에서 영어권 학생들의 성적이 비영어권 학생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비영어권 학생의 성적은 4%p 하락하는 데 그쳤지만, 영어권 학생은 7%p 하락했다.

교육고용센터의 앨런 스미더스 교수는 이민 온 학생들은 야망이 넘치고 코로나19로 인한 락다운 기간 다양한 지원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영국은 복지정책이 갖춰져 있어서 현실에 안주하는 경향이 있다. 인생에 성공하기 위해 굳이 배움에 전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라며 "반면 영국으로 이민 온 학생들은 배움에 대한 동기가 크다"고 말했다.

2019년 시험 결과 영어권 학생과 비영어권 학생의 작문 실력은 엇비슷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비영어권 학생이 전반적으로 높은 점수를 달성했다. 다만 읽기 영역은 영어권 학생의 점수가 다소 높았다.

엑서터대학의 리 엘리엇 메이저 사회이동학교수는 "더 이상 이민 온 학생들의 실력이 뒤처지지 않는다. 가정에서의 지원과 동기 부여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비영어권 학생들의 영어실력이 우수하다는 결과는 호주에서도 나온 바 있다. 2019년 전국일제학력평가고사(NAPLAN)에서 비영어권 출신 학생이 영어권 출신 동급생보다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특히 철자법 영역에서 3, 5, 7, 9학년 모두 영어가 모국어인 학생보다 성적이 높았다. 작문, 문법, 철자 등 전반적으로 영어권 학생보다 성적이 우수했다. 호주교육과정평가원(ACARA) 데이비드 카발로 원장은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이민가정이 교육열이 높다는 특징이 이러한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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