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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 수업, 장애아동 학습 저해한다? '창살 없는 감옥 될 수도'

김성은 2022-09-13 00:00:00

원격 수업, 장애아동 학습 저해한다? '창살 없는 감옥 될 수도'

에듀테크의 발달과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인해 빠르게 보급되고 있는 원격 수업이 장애아동의 학습을 저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해당 주장을 하는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사회성이 떨어지는 장애아동들이 온라인 위주로 교육을 받을 경우 장애 상태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논란은 미국의 한 공립학교가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대면에서 비대면 위주로 전환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폭발했다. 장애아동의 학부모들은 여름방학기간 동안 온라인 교육을 받은 이후 아이의 학업성취가 이전에 비해 낮아졌으며 장애 상태가 더 악화됐다고 성토했다.

여기에 학부모의 주장에 동조하는 전문가들까지 가세하면서 미국에서는 장애아동에 대한 온라인 원격 수업의 효용 논란이 본격적으로 불지펴진 모양새다.

미네소타의 미니애폴리스 공립학교는 최근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한 통신문을 통해 장애아동에 대한 원격 교육프로그램을 강화하고 비대면 교육의 비중을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 특수교육 서비스 운영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해당 내용은 곧장 학부모들과 관련 전문가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미네소타주를 중심으로 근방 십여개 지역 장애아동 학부모 대표 74명은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름 교육 프로그램의 효용성이 떨어졌으며, 특히 많은 지원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 유색인종 장애아동들에 대한 특수교육 서비스가 악화되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미네소타주의 특수교육 전문교사 수 미충족과 장애아동 교육 시스템 방만 운영을 등을 문제 삼아 소송도 불사할 뜻을 내비쳤다. 

원격 수업, 장애아동 학습 저해한다? '창살 없는 감옥 될 수도'

미국내 특수교육 전문가들도 학부모들의 주장을 거들었다. 이들은 미네소타주가 충분한 수의 특수교육 전문교사들을 확보하지 못했으며, 관련 시설도 턱없이 부족하다며, 온라인 교육을 통해 이를 메꾸려는 생각은 장애아동 교육에 재난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특수교육 전문가는 "원격 수업을 받는 미네소타주 내의 장애아동 60%가 장애를 지니지 않은 아동과의 교류를 전혀 갖지 못했다"며 "이는 또래집단과의 상호교류를 통해 학습/성장하는 아동기에 있어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면 수업이 주류가 된 이후 장애아동의 학업 성취는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며 "전체 장애아동의 19%만이 읽기 영역에서 만족스런 학업성취를 나타냈으며, 수학 영역에서는 단지 16%만이 적정수준을 달성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 교육당국은 온라인 교육이 오프라인에 비해 효율적인 면이 존재한다며 원격 수업을 더욱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미국의 한 교육당국 관계자는 "에듀테크의 발달과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비대면 교육이 더욱 증가하는 추세"라며 "세금을 통해 이뤄지는 공교육의 입장으로선 저비용 고효율의 측면도 고려해야 하기에 원격 수업을 확대하는 방안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나 활발한 야외활동과 비 장애아동과의 교류 기회를 빼앗을 수 있다는 점에서 원격 수업이 자칫 장애아동에 대한 '창살 없는 감옥'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미 학습자평등센터(Center for Learner Equity)의 웬디 터커 감독관은 "원격 가상 수업이 지니는 분리 가능성은 매우 강력해서 , 장애아동에 대한 '가상 지하실'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교육에는 많은 이점이 있지만, 교육당국이 맡아야 하는 역할을 자칫 학부모에게 떠넘기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서 "특히 비싼 돈을 들여 대면 과외교사를 고용할 수 없는 저소득-소수인종 계층에서 더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아시아인을 포함한 소수인종 장애아동이 비대면 수업으로 인한 학습권 침해 피해자의 80%를 차지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터커는 "현장의 특수교육 전문교사 및 관련 인원의 수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모든 아동들이 공교육에서 소외받지 않기 위해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장애아동들의 대면교육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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