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아동발달권] 쉬는 시간 '질' 따라 아이들 정서, 행동 달라져

최근 연구에 따르면 양질의 쉬는 시간과 나머지 수업 시간 학생들의 사회정서적 태도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제학술지 《학교보건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안전하고 재미있는 놀이 기구, 이용 가능한 활동 등의 요인에 따라 결정되는 쉬는 시간의 질이 학생들의 실행 기능, 회복력, 정서적 자제력, 적응력 있는 교실 행동과 상관관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다양한 사회경제적 배경을 가진 아이들 사이의 교육 격차가 쉬는 시간으로도 벌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다양한 사회경제적 배경을 가진 초등학교 3학년과 5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미국 내 4개 지역의 26개 학교를 조사했다. 교사는 학생에 대한 행동 평가를 작성하고 연구진은 쉬는 시간 동안 학생들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관찰했다. 연구진은 놀이기구의 질과 종류, 놀이 공간의 청결도, 활동의 다양성, 어른들의 참여도 등을 평가해 학생들 간의 갈등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 요인도 파악했다.

수많은 연구에서 놀이가 어린이의 사회적, 정서적, 행동적 건강에 중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연구는 학교 수업 중 유일한 놀이 기회인 쉬는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16년 경력의 교사이자 육아 블로그 'Loving You Big'을 운영하는 레아 위트먼 무어는 학생들에게서 놀이가 주는 힘을 직접 목격했다. 그는 “놀이가 학교에서 성공의 토대이며, 아이들이 결정을 내리고 새로운 상황을 탐색하며 학교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아동 심리학자인 에이미 마샬 소아정신과 전문의는 “어른들이 대화로 감정을 처리하는 것처럼 아이들은 놀이로 감정을 처리한다”고 말한다. “쉬는 시간은 단순히 정규 교육에서 벗어나는 휴식 시간이 아니라 모든 어린이의 하루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의미 있고 유익한 쉬는 시간을 위한 몇 가지 핵심 요소를 제안했다.

안전하고 깨끗한 환경 : 일부 어린이들은 놀이 공간에서 유리 조각이나 맥주 캔을 발견하는 등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 처해 있다. 놀이기구가 부족한 경우도 많다. 교내 운동장을 비롯해 놀이 공간 또한 교육 시스템 불평등의 또 다른 측면을 보여준다. 결국 놀이공간은 다양한 사회경제적 영역에서 학교 간 격차를 악화시킨다.

사우스웨스트 리더십 아카데미 차터 스쿨의 행동건강 팀장인 캐슬린 월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인종과 경제력에 따른 여러 지역의 학교 간 격차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빠듯한 예산으로도 안전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간단한 조치를 권장했다. 연구 저자인 윌리엄 매시는 아침에 어른들이 학교 주변을 안전 점검하거나 학생들이 제한된 쉬는 시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스포츠 장비를 설치하는 등 저비용으로 할 수 있는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권장했다.

다양한 선택 활동 제공 : 연구에 따르면 학생들은 수업 시간 올바른 자세로 수업을 듣고 학습하고 자제력을 갖추려면 다양한 놀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공 놀이, 보드게임, 신체활동 등 여러 놀이 중에 개인에 맞게 선택하고 다양한 놀이를 즐길 수 있어야 수업 시간도 잘 지낼 수 있다는 것이다.

월스는 학생들의 다양한 관심사를 수용하기 위해 비 전통적인 놀이터를 고려할 것을 권장했다.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공간 등 혁신과 창의성을 촉진하는 공간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샬은 핀란드에서는 초등학교 이후에도 쉬는 시간이 길고 여러 차례 있다는 것을 예로 들며 학생들의 사회정서적 태도를 위해 쉬는 시간을 더 길게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니터링과 교사의 참여 : 즐거운 쉬는 시간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모니터링과 교사의 개입이다. 아이들의 따돌림이나 배제, 사회적 문제를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쉬는 시간 모니터링과 교사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예산 한계로 인해 학생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하거나 의견 불일치를 중재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월스는 학생들의 우려되는 행동을 식별하고 관찰 내용을 이해하며 적절한 조치를 결정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구체적인 모니터링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게임에 참여하거나 또래에게 다가가는 것과 같은 필수적인 사회적 기술을 가르칠 수 있도록 교사 대상 적절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소속감과 포용성 증진 : 학교는 포용성에 중점을 둬 모든 어린이가 쉬는 시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위트먼 무어는 장애아동을 위해 적응형 그네, 휠체어 친화적인 통로, 다양한 감각 체험 기회와 같이 놀이터의 접근 가능성을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저마다 흥미를 느끼는 놀이가 다르다는 점을 학교 차원에서 인식해야 한다.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면 신이 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벤치에 앉아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는 것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학생도 있다는 것.

위트먼 무어는 “학생들간의 괴롭힘 문제를 해결하면 쉬는 시간을 스트레스 없는 즐거운 신체 활동 시간으로 만들어 긍정적인 영향을 강화할 수 있다”며 “쉬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학생들의 사회 정서적 학습이 달라진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