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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에듀리서치] 진단 놓친 ADHD 여성, 자존감‧정신건강‧인간관계 안 좋아

김성은 | Carissa Marie 2023-06-09 00:00:00

어릴 때 ADHD 진단 및 치료의 중요성 시사
진단을 받지 않은 ADHD 여성은 생활 통제, 사회적 정서적 웰빙 및 대인관계에서 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살렘스쿨
진단을 받지 않은 ADHD 여성은 생활 통제, 사회적 정서적 웰빙 및 대인관계에서 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살렘스쿨

ADHD이지만, 어린 시절 진단 받지 못하고 성장한 여성은 자존감과 정신건강, 삶의 질, 대인 관계에 장기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의력 장애 저널(Journal of Attention Disorders)》 최근호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ADHD 진단과 후속 치료가 자존감과 자기 수용감을 크게 향상시켰다.

연구저자 캐나다 캘거리대학 심리학 다비 아토 교수와 교육학 엠마 클리미 교수는 진단을 받지 않은 ADHD 여성은 생활 통제, 사회적 정서적 웰빙 및 대인관계에서 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ADHD 진단 부족이 여성의 신체적, 정서적, 정신적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조사한 최초의 연구다.

여러 논문에 따르면 여자아이는 어린 시절에 ADHD 진단을 받을 확률이 낮다. 아토 교수와 클리미 교수는 ADHD를 앓고 있다가 성인이 되어서 늦게 진단을 받은 성인 여성의 경험을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 3개의 데이터베이스를 체계적으로 검토해 4가지 중요한 주제를 알아냈다.

첫째, 사회정서적 삶의 질 장애

진단되지 않은 ADHD는 여성의 사회정서적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연구 결과, 진단을 받지 않은 ADHD 여아는 자라면서 오해, 거절, 자책감을 자주 견뎌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연구진은 “ADHD 여성의 자존감이 낮은 이유가 어릴 때 주변으로부터 자주 질책받고 거절당했기 때문일 수 있다”며 “장애 원인이 될 만한 외부적 원인이 없었기 때문에 ADHD 진단을 받지 못한 여아는 자신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고 느끼며 살았다”고 설명했다.

또래로부터 거부당하거나 괴롭힘을 겪고 친구를 사귀기 힘들어했다. 성인이 되어도 다른 여성과 인간관계를 맺기 힘들다는 인식이 있었다.

어린시절 자주 겪은 '남들과 다르다'는 느낌과 사회적 소외감은 성인이 된 후에도 지속돼 사회적 불안과 싸우고 또래와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논문에 따르면, ADHD 여성은 사회적 신호를 알아채는 데 문제가 있었고, 사회적으로 어색하고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꼈으며, 의도치 않게 상처를 주거나 부적절한 말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ADHD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두 가지 연구에서 남아와 여아의 DSM-IV ADHD 하위 유형. 미국정신건강의학저널 
ADHD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두 가지 연구에서 남아와 여아의 DSM-IV ADHD 하위 유형. 미국정신건강의학저널 

아토 교수는 “ADHD 여아는 또래와 자신을 비교하며 수치심과 좌절감을 경험했을 수 있다. 사회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고 느껴 자기 혐오, 자존감 저하, 불안감 증가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들은 분노 문제, 감정 조절 능력 저하, 자제력 상실에 대한 두려움을 겪었다. 대부분 과제중심적 대처가 아닌 감정중심적 대처를 했으며, 일부는 ADHD 증상을 줄이기 위해 알코올이나 약물, 흡연, 성관계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신경다양성 매체 애디튜드가 ADHD 여성의 인생 전환에 관해 실시한 자체 설문조사 결과와 상통한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1,975명의 ADHD 여성 중 14%는 9세 이하에 ADHD 증상이 인생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으며, 35%는 10~19세 사이에 ADHD 증상이 인생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사춘기에 겪은 감정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미루기 및 시간 관리 문제: 78%

슬픔 또는 우울감: 70%

거절에 민감한 불쾌감: 63%

압도감 62%

걱정 또는 불안: 58%

한 응답자는 "ADHD 진단을 받기 전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에는 모든 것이 매우 혼란스러웠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한 응답자는 사회적 상황에서 어떻게 "정상적으로" 행동해야 할지 몰랐다고 회상했다. 또 다른 응답자는 자신을 "항상 거절당한다고 느끼는 변덕스럽고 대인기피증에 걸린 10대"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응답자는 자신이 "항상 겉돌고, 어떻게 행동하고 인정받아야 할지 몰랐던 괴짜"였다고 말했다.

한 응답자는 "(사춘기 동안) 사회적 불안이 커졌고 다른 아이들과의 격차가 더 뚜렷해졌다"라며 "남들보다 감정과 강도가 더 강한 것 같아서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것이 어려웠다"라고 말했다.

둘째, 어려운 인간관계

ADHD 여성은 교사, 또래, 형제자매와의 관계가 더 나빴다. 홀리크로스초등학교
ADHD 여성은 교사, 또래, 형제자매와의 관계가 더 나빴다. 홀리크로스초등학교

진단 받지 못한 ADHD 여성은 친밀하고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연구진은 정서적 친밀감을 느끼고,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감정을 표현하거나 다른 사람과 감정을 공유하는 능력이 부족한 여성이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ADHD 여성은 교사, 또래, 형제자매와의 관계가 더 나빴으며, 학대 가정이 더 많았고, 부모의 약물 및 알코올 남용이 더 많았으며, ADHD가 없는 여성보다 관계를 더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경향은 위에서 언급한 애디튜드의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났다. 응답자의 42%가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한 응답자는 "학대 관계에 빠져 내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일에서 만족을 찾지 못했다. 이제야 ADHD가 삶의 궤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게 되었고 이런 상황에 처한 나 자신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설문조사 응답자는 "ADHD로 인한 건망증과 반추와 자기 의심의 경향이 나 자신을 의심하고, 수치심과 자책감을 느끼고, 내가 본 것을 믿지 않거나 내 감정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데 영향을 줬다. 나를 학대하는 사람과 더 오래 함께하게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람은 "여러 번 직장을 그만둘 뻔했다. 별다른 문제가 없던 관계를 끝내기도 했고 자해도 생각했다. 모든 것에서 도망치고 싶었다"라고 털어놓았다.

셋째, 통제력 부족

진단받지 않은 ADHD 여성은 학업 및 교사, 또래, 부모, 형제자매와의 관계에서 삶에 대한 통제력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클리미 교수는 “부정적인 사건을 통제할 수 없다고 여기고 성공은 운이나 타인의 도움 등 외부적인 원인에서 찾았고 실패는 지능 부족이나 게으름 등 내부적 문제로 돌렸다”고 설명했다.

넷째, 진단 후 자기 수용

연구진은 ADHD 진단과 후속 치료가 여성의 자존감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자신을 덜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했다고 보고했다. ADHD 진단과 치료를 통해 여성들은 자신의 삶을 더 잘 이해하고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논문에 따르면 연구에 참여한 많은 여성이 ADHD 진단 후 안도감을 느꼈으며, 자신의 증상과 어려움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연구된 유럽 국가들에서 ADHD의 남성 대 여성 유병률은 3:1에서 16:1까지 다양했다. ADHD연구소 
연구된 유럽 국가들에서 ADHD의 남성 대 여성 유병률은 3:1에서 16:1까지 다양했다. ADHD연구소 

많은 여성이 진단을 받은 후에야 자신의 증상을 더 잘 통제할 수 있다고 답했다. 상황을 스스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으며, 자신의 장애를 강점으로 여기기 시작하면서 수치심과 불안감, 우울감은 줄어들고 자부심이 생겼다.

또한 연구에 참여한 여성들은 ADHD 진단을 받은 후 자녀, 연인, 자신과의 관계에 반영된 행동의 변화를 설명했다.

또한 여성의 38%는 조기에 진단과 치료를 받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이는 적시에 ADHD 진단과 개입이 시급히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ADHD 여성의 자존감이 낮은 이유가

어릴 때 주변으로부터 자주 질책받고 거절당했기 때문일 수 있다.

또래와 자신을 비교하며 수치심과 좌절감을 경험하게 된다.

사회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고 느껴

자기 혐오, 자존감 저하, 불안감 증가로 이어졌을 수 있다"

-캘거리대학 다비 아토 심리학 교수

ADHD 설문조사에서도 이와 비슷한 의견이 나왔다. 65세에 ADHD 진단을 받은 한 여성은 "결혼과 부모가 되는 것과 같은 인생의 주요 사건은 ADHD를 의심하기도 전에 대부분 끝났다. 마침내 내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어 안심이지만, 후회가 많이 남는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응답자는 "평생 재정적으로 안정되기 위해 노력했다. ADHD 진단을 받아 안도감이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슬프다. 좀 더 일찍 진단을 받고 올바른 지원을 받았다면 인생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증상 다른 ADHD 여성,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캘거리대학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가 ADHD 진단과 성인 여성의 경험에 대한 귀중한 통찰력을 제공하지만,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확실한 것은 어린 시절에 진단되지 않은 ADHD는 성인이 된 후에도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진단 시기를 놓치면 ADHD 여성의 자존감, 정신건강 및 전반적인 웰빙에 해를 끼칠 수 있지만, 정확하고 시기적절한 진단은 ADHD 여성과 소녀의 삶을 크게 변화시켜 자책하지 않고 더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알려진 ADHD 증상이 주로 남자아이에게 나타나는 특징인 만큼 여자아이의 ADHD 증상을 좀더 연구하고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ADHD 진단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여자아이와 여성은 ADHD 논의에서 소외되기 쉽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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