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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에듀리서치] 성인 자폐 진단률 낮아 "50세 이상 자폐 환자 10명 중 1명꼴"

김성은 | Carissa Marie 2023-06-21 00:00:00

영국 노인 인구에 만연한 진단되지 않은 자폐
[분석-에듀리서치] 성인 자폐 진단률 낮아 50세 이상 자폐 환자 10명 중 1명꼴
자폐 진단은 성인보다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훨씬 더 흔했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영국의 자폐스펙트럼 성인 대부분이 공식적인 진단을 받지 못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차 진료 기록을 기반으로 한 이 연구에 따르면 영국에서 43만5,700명에서 거의 120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자폐를 앓고 있지만 진단 받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50세 이상의 자폐 환자의 90% 이상에 해당하는 수치다.

해당 연구는 국제 학술지 《란셋 지역보건-유럽(The Lancet Regional Health – Europe)》 6월호에 실렸다.

2000년부터 2018년까지 의료 기록 토대로 자폐 진단 시기 추적 

연구 책임자인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의 윌리엄 맨디 신경발달질환 교수는 공식적인 자폐 진단을 받지 않고 살면 심각한 정신건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공식적인 진단이 없으면 필요한 지원과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맨디 교수와 동료 연구진은 2000년부터 2018년까지 500만 건이 넘는 의료 기록을 분석해 자폐 진단 시기를 추적했다. 2018년 일차 의료기관에 등록된 60만2,433명 중 1,069명의 여자아이와 여성 성인, 3,635명의 남자아이와 남성 성인이 자폐 진단을 받았다.

[분석-에듀리서치] 성인 자폐 진단률 낮아 50세 이상 자폐 환자 10명 중 1명꼴
2018년 기준 자폐증 진단을 받은 개인의 비율: (A) 성별 및 연령대별 계층화; (B) 지적 장애(ID) 및 연령대별 계층화. 란셋 지역보건-유럽

그 결과 자폐 진단은 성인보다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훨씬 더 흔했다. 연구진은 진단 서비스를 가장 잘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10~14세의 2.94%부터 70세 이상의 0.02%에 이르기까지 성인보다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자폐 진단이 더 흔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러한 진단 차이는 자폐에 대한 인식 개선과 진단 기준의 발전 때문으로 분석됐다.

맨디 교수는 자폐 개념이 1980년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에 처음 등장한 이후 상당히 광범위해졌으며, 현재는 더욱 다양한 증상을 포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폐 인식 개선과 진단 기준의 변화로

아동 청소년 대상 진단 늘었다

연구진은 성별과 지적 능력에 따라 계층화된 다양한 유병률 수치를 사용해 영국 인구 5,650만 명 중 진단되지 않은 자폐 하한 및 상한 추정치를 추정한 결과, 2011년 개인 가정에 거주하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사례 조사 연구에 근거한 평균 1.3%에서 연구진이 직접 수집한 1차 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대 2.94%까지 추정했다.

[분석-에듀리서치] 성인 자폐 진단률 낮아 50세 이상 자폐 환자 10명 중 1명꼴
자폐증 진단을 받은 개인의 추정 숫자와 (A) 남성과 (B) 여성의 영국의 실제 자폐증 유병률에 대한 상한 및 하한 추정치. 란셋 지역보건-유럽

전체 인구의 약 0.82%인 46만3,500명이 진단을 받았으며, 0.77~2.12%는 자폐를 앓고 있지만 아직 진단을 받지 않은 것으로 추정했다. 진단되지 않은 자폐 환자의 대부분은 지적장애를 동반하지 않지만, 지적장애를 동반한 자폐 환자의 절반 이상은 자폐 진단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연구진이 계산한 추정치는 남성과 여성에 따라 달랐다. 영국에서 자폐 진단을 받은 50세 이상 여성은 6,300명에 불과하지만, 해당 연령대의 실제 자폐 여성 수는 4만8,700명에서 16만3,600명 사이일 수 있다. 70세 이상 여성 중 자폐 진단을 받은 비율은 9,500명 중 1명 미만으로 극히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맨디 교수는 자폐 진단을 받지 않은 성인, 특히 노년층과 관련된 수치는 우려스러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50세 이상 남성의 자폐 미진단자 수는 22만3,900명에서 44만9,600명으로 추정되는 등 남성의 상황은 더 심각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고령자 자폐 남성의 93.6~96.6%가 적절한 진단을 받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령의 자폐 남성의 93.6~96.6%가

절한 진단을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윌리엄 맨디 신경발달질환 교수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의 박사후 연구원 리즈 오니언스는 성별이 다양한 사람들의 진단을 고려하지 못한 점을 연구의 한계로 꼽았다.

이러한 데이터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연구의 범위와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암스테르담대학의 힐데 구르츠 임상 신경심리학 교수는 “자폐가 기대 수명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인 부정적인 영향은 모델링하기는 어렵지만, 연구 대상인 노년층 집단에서 자폐 환자의 비율을 낮출 수 있었을 것”이라고 연구의 강점을 강조하며 더 큰 규모의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유사한 연구를 수행할 것을 촉구했다.

이 연구는 지원 서비스가 절실히 필요한 자폐 성인 중 상당수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를 시사한다.

오클랜드에 있는 카이저 퍼머넌트 북부 캘리포니아 연구 부서의 자폐연구 프로그램 책임자인 리사 크로엔은 다소 다른 생각을 내비쳤다. 그는 최근 수십 년 동안 부모가 고령인 가정 등 자폐와 관련된 환경적 요인이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여전히 수많은 자폐 성인이 지원 서비스가 필요하지만 확인되지 못한 점은 동의했다.

치매 및 정신질환 발생 우려로

노년층 진단 쉽지 않아

또한 연구진은 2000년부터 2018년까지 연령대별로 자폐 진단율에 상당한 격차가 있음을 발견했다. 영국에서 성인 진단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입법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노년층과 젊은층 간의 진단 격차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분석-에듀리서치] 성인 자폐 진단률 낮아 50세 이상 자폐 환자 10명 중 1명꼴
2000년부터 2018년까지 연간 진단율의 역사적 추이를 성별 및 연령별로 구분했다. 2010년 이후 20-29세 자폐 진단은 급격히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란셋 지역보건-유럽

하지만 노년층의 자폐 진단율을 끌어올리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르츠 교수는 노년기와 관련된 특정 진단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주변 가족이나 친척이 생존하지 않으면 발달 이력을 확보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며 삶에 적응하기 위해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는 법을 습득했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치매 및 다른 정신질환이 함께 발생할 수 있다 자폐 진단을 내리기 쉽지 않다.

“자폐 진단을 받은 후에도 노인들은 지원 서비스를 받을 가능성이 낮다.

40~70세의 자폐 성인을 찾는 것도 어렵다”

-캘리포니아샌디에이고주립대학 루스 카퍼 심리학 부교수

설령 자폐 진단을 받는다 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연구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자폐 노인을 연구하는 캘리포니아샌디에이고주립대학 루스 카퍼 심리학 부교수는 “성인 자폐와 관련해 전문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해 진단이 간단하지 않다. 게다가 자폐 진단을 받은 후에도 노인들은 지원 서비스를 받을 가능성이 낮다. 40~70세의 자폐 노인을 찾는 것도 어렵다”라고 문제점을 설명했다.

하지만 연구 저자 맨디 교수는 자폐 성인을 위한 서비스와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지만 성인이 되어 자폐 진단을 받는다는 것에 강력한 힘이 있다고 봤다. 그는 “자폐 진단을 받으면 어려운 경험들을 다시 이야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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