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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신경다양성] 자폐 초기선별검사부터 진단까지 2년 이상 지연

김성은 2023-06-23 00:00:00

조기 검진에도 불구하고 평균 2년 지연
[기획-신경다양성] 자폐 초기선별검사부터 진단까지 2년 이상 지연
자폐 아동이 필요한 치료를 받으려면 진단을 받아야 한다. 행동 중재를 조기에 시작할수록 치료가 효과적일 가능성이 높다. 교육연합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자폐 초기 선별검사에서 공식 진단을 받기까지 평균 2년 이상 지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7년 미국 소아과학회가 생후 18개월과 24개월에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자폐 선별검사를 실시할 것을 권고했는데도 2000년 이후 자폐 진단 평균 연령이 4세에 머물러 있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조기 검진에도 불구하고 평균 2년 지연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캘리포니아대학 데이비스 캠퍼스의 샐리 오조노프 정신과 및 행동과학 교수는 초기 검사와 공식 진단까지 2년의 격차가 충격적이지는 않지만 실망스럽고 용납할 수 없는 결과라고 말한다.

필라델피아 아동병원의 정신과 및 소아과 조교수이자 수석 연구자 휘트니 거스리는 “이 연구는 자폐 조기 발견을 개선하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기획-신경다양성] 자폐 초기선별검사부터 진단까지 2년 이상 지연
휘트니 거스리 교수가 자폐 진단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제자폐연구협회 

자폐 아동이 필요한 치료를 받으려면 진단을 받아야 한다. 행동 중재를 조기에 시작할수록 치료가 효과적일 가능성이 높다.

거스리 교수와 동료 연구진이 수행한 또 다른 연구에서 생후 18개월부터 9개월간 조기개입을 받은 유아는 생후 27개월에 같은 개입을 받은 유아보다 사회적 의사소통과 자조 기술이 더 크게 향상되었다.

오조노프 교수는 “진단 지연으로 인해 뇌 가소성이 가장 왕성하게 발달하는 시기에 중요한 개입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첫 발달 검사 이후 약 27개월 후에 자폐 진단 

거스리 교수 연구진은 TriNetX 연구 네트워크에 있는 1,915명의 자폐 아동의 전자 의료 기록을 조사했다. 이 데이터베이스에는 67개 의료기관에서 1억 5,500만 명 이상의 환자에 대한 익명화된 기록이 포함되어 있다.

[기획-신경다양성] 자폐 초기선별검사부터 진단까지 2년 이상 지연
2000년에 1,000명의 어린이 중 6.7명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진단을 받은 반면, 그 숫자는 2020년까지 1,000명의 어린이 중 27.6명으로 증가했다. 스태티스타 

연구팀은 해당 코호트에서 자폐 진단은 첫 발달 검사 후 평균 약 27개월 후에 발생했다고 밝혔다.

연구는 성별, 인종 또는 민족에 따른 지연에 큰 차이가 없음을 보여줬는데, 이는 이전 연구와 모순되는 결과다. 이에 대해 거스리 교수는 다양한 데이터 세트가 이러한 격차를 발견하기 어렵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여러 번의 검진을 통해 진단 지연을 줄일 수 있다는 다른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반복 검진으로 인한 이점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데이터 세트의 건강 기록에는 개별 검진 결과가 포함되어 있지 않고 검진이 실시됐다는 사실만 포함되어 있기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획-신경다양성] 자폐 초기선별검사부터 진단까지 2년 이상 지연
지난 수십 년 동안 자폐증 유병률이 꾸준히 증가했음을 나타내는 그래프. 자폐연구및리소스센터, 미국 보건복지부

유타대학 아동발달 프로그램의 의료 책임자인 폴 카본은 “어떤 선별 검사를 시행했는지와 그 결과에 대한 데이터가 있다면 자폐 선별 검사의 효과에 대해 더 자세한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폐 진단 평균 2년 이상 지연되는 이유 

[기획-신경다양성] 자폐 초기선별검사부터 진단까지 2년 이상 지연
자폐 아동이보이는 증상. 클레어잭, 사이콜로지투데이 

진단 지연은 불완전한 검사 도구와 의료 시스템의 문제 등 여러 요인에 기인할 수 있다. 자폐진단을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 대비 자폐 진단이 필요한 아동의 수가 훨씬 많다.

오조노프 교수는 “선별 도구는 자폐 아동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목표로 광범위하게 설계됐다. 오진이 많을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진단 전문가 예약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모든 사람의 대기 기간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적체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한 가지 잠재적 해결책은 자폐를 진단할 수 있는 인력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보스턴대학 소아과 조교수인 모나 도스 로버츠는 “일차 진료 의사가 레지던트 교육에만 의존해 진단을 내리는 것을 주저하고 환자를 전문의에게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자폐 선별 도구는 자폐 아동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목표로

광범위하게 설계됐다. 오진이 많을 수밖에 없다"

-캘리포니아대학 정신과 및 행동과학 샐리 오조노프 교수 

지난달에 발표된 로버츠와 동료 연구진의 파일럿 연구에 따르면, 보스턴 병원의 일차 진료 소아과 의사가 자폐 진단을 위한 교육을 받으면 발달 평가 대기 시간이 135일에서 68일로 단축될 수 있다.

자폐 진단의 체계적인 변화 촉구

이번 연구 저자이자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산업 및 제조 공학과 조교수인 치우시 첸은 거스리 교수와 함께 자폐 진단 선별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머신러닝 기반 도구를 개발 중이다. 이 도구는 아동의 성별과 자폐 형제자매가 있는지를 포함해 아동의 전체 병력을 고려한다.

첸 교수는 “자폐 위험이 가장 높은 아동에게 우선순위를 부여함으로써 한정된 의료 자원의 사용을 최적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연구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선별 검사에서 진단까지의 지연: 대규모 국가 보건 연구 네트워크의 결과’ 제목으로 소아과학회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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