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채널

"윤석열과는 결별, 이재명 독주엔 견제"...국민의힘, 계엄 1년 맞아 처절한 '생존 선언'

박준서 2025-12-03 16:22:12

한동훈·소장파·중진 동시다발적 '대국민 사과'... "과거의 짐 내려놓고 미래 권력 투쟁 나서겠다"
친한계·소장파 25인 "尹 세력과 정치적 단절" 공식화... 보수 재건의 신호탄
한동훈 "계엄 막은 건 與... 現 정권의 헌정 파괴도 막아낼 것" 선명성 부각
윤석열과는 결별, 이재명 독주엔 견제...국민의힘, 계엄 1년 맞아 처절한 '생존 선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한 전 대표 페이스북

12·3 비상계엄 사태 1주년을 맞은 3일, 국민의힘이 전방위적인 '석고대죄(席藁待罪)'와 함께 '탈(脫)윤석열'을 공식 선언했다. 단순히 과거의 과오를 반성하는 차원을 넘어, 1년 전의 악몽을 고리로 현재 입법·사법·행정을 장악한 거대 야당(현 집권 세력)의 독주를 견제할 '도덕적 명분'을 확보하겠다는 고도의 정치적 승부수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날 하루 동안 초·재선 소장파, 한동훈 전 대표, 조경태 중진 의원 등 당의 핵심 축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의 메시지는 결이 조금씩 다르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완벽한 절연’과 ‘보수의 합리적 재건’이라는 두 가지 교집합을 향해 수렴하고 있다.

◇ "尹 계엄 세력과 정치적 단절"... 소장파의 ‘독립 선언’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발표된 국민의힘 초·재선 의원 25명의 사과문은 보수 정당의 '인적 청산'을 예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당내 공부모임 '대안과 책임'과 친한(친한동훈)계가 주축이 된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한 비상계엄 주도 세력과 정치적으로 단절하겠다"고 못 박았다.

이는 비상계엄이라는 헌정 유린 사태의 원죄(原罪)에서 벗어나지 않고서는 당의 존립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위기감의 발로다. 

김용태, 김재섭 등 소장파 의원들이 전면에 나선 것은 과거 수구 보수 이미지와 결별하고, 합리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정당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 소속 의원 107명 전원에게 동의를 구하는 과정을 거친 점은 당내 주류 흐름이 '친윤'에서 '탈윤·쇄신'으로 완전히 넘어왔음을 시사한다.

◇ 다시 등판한 한동훈, "尹은 나라 망쳤고, 李는 헌정 망쳐" 양비론
비상계엄 당시 당 대표로서 사태 수습을 주도했던 한동훈 전 대표의 등장은 이날 메시지의 정점을 찍었다. 한 전 대표는 국회도서관 앞 기자회견에서 "계엄을 미리 예방하지 못한 점"에 대해 고개를 숙이면서도, 방점은 '미래'와 '현재 권력 비판'에 뒀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계엄으로 나라를 망쳤다면, 이재명 대통령(현 정권 지칭 추정)은 계엄만 빼고 나쁜 짓을 다 해서 나라를 망치고 있다"며 날 선 비판을 가했다. 

이는 비상계엄이라는 과거의 족쇄 탓에 현 정권의 사법부 압박, 검찰 무력화, 특활비 부활 논란 등에 대해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당의 무기력증을 타파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그는 "계엄을 해제하는 데 앞장선 것은 국민의힘"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보수가 헌정 질서 수호의 주체였음을 상기시켰다. 

이는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흩어진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고, 중도층에게 '대안 세력'으로서의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포석이다.

윤석열과는 결별, 이재명 독주엔 견제...국민의힘, 계엄 1년 맞아 처절한 '생존 선언'
조경태 국민의힘 국회의원. 조경태 의원 페이스북

◇ 조경태의 '광주행'과 '최고형' 주장... 외연 확장의 몸부림
부산 사하을의 조경태 의원이 광주 5·18 묘역을 찾아 무릎을 꿇고 "윤 전 대통령을 최고형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한 장면은 국민의힘이 처한 절박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영남 중진 의원이 보수의 불모지인 호남에서 가장 강도 높은 수준의 '윤석열 단죄'를 외친 것은, 영남 고립주의를 탈피하고 전국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 "사과는 끝이 아닌 시작"... 행동으로 증명해야 할 과제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러한 사과와 절연 선언이 국민에게 얼마나 진정성 있게 다가갈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열 지우기'가 단순히 선거용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구체적인 당내 혁신과 인적 쇄신이 뒤따라야 한다.

한 전 대표의 말처럼 "과거의 잘못된 사슬을 끊어내는 용기"가 말잔치로 끝나지 않고, 현 거대 집권 세력의 독주를 합리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실력으로 증명될 때 국민의힘은 비로소 '계엄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다. 2025년 12월 3일은 보수 정당이 궤멸하느냐, 아니면 합리적 보수로 재탄생하느냐를 가르는 분기점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Copyright ⓒ 아이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