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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1표제 중앙위 문턱서 좌초, 정청래 독주 체제 '급제동'

박준서 2025-12-05 18:23:09

'개딸' 등 업은 여론전에도 조직적 반발에 막혀…리더십 치명타
지방선거 룰만 '수정 재의결' 선회…당원권 강화는 사실상 동력 상실
1인1표제 중앙위 문턱서 좌초, 정청래 독주 체제 '급제동'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민주당 제공

더불어민주당의 '당원 중심 정당' 기조가 5일 중대 고비를 맞았다. 정청래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내걸며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던 '1인 1표제' 도입이 중앙위원회 투표에서 부결되면서다. 

당내 비주류와 지역위원장들의 조직적인 '침묵의 반란'이 현실화됐다는 분석과 함께, 거침없던 정청래 체제의 리더십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중앙위원회를 열고 권리당원 권한 강화를 골자로 한 당헌 개정안을 투표에 부쳤으나, 의결 정족수인 재적 과반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됐다고 밝혔다.

지방선거 공천 룰 변경안은 단 2표 차이로, 정 대표의 역점 사업인 '1인 1표제' 안건은 그보다 더 큰 격차로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찬성표가 많았음에도 투표율 저조(62.58%)로 인한 정족수 미달은, 사실상 당내 기득권 세력인 중앙위원들이 투표 불참으로 정 대표의 독주에 제동을 건 것으로 해석된다.

◇ "꺾이지 않는 마음" 외쳤지만… 현실은 '식물 리더십' 우려
정청래 대표는 부결 직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당원들께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강물이 바다를 포기하지 않듯이 당원 주권 정당의 꿈을 포기할 수 없다"며 이른바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를 언급했다. 

겉으로는 의지를 다지는 모양새지만, 정치권에서는 정 대표가 취임 후 맞이한 최대 위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이번 표결 결과는 정 대표가 밀어붙여 온 '강성 당원(개딸) 중심의 정당 운영'에 대한 당내 피로감이 임계점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중앙위원 상당수가 현역 의원과 지역위원장, 지자체장으로 구성된 만큼, 이들이 정 대표의 '마이웨이'식 당 운영에 조직적으로 반기를 든 셈이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기술적 요인과 투표 시한 문제"를 거론하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당내에서는 "예고된 참사"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 인사는 "지역위원장들의 권한을 축소하고 강성 당원들의 목소리만 키우려는 시도에 대해 당의 허리 라인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 지방선거 룰만 '핀셋 처리'… 1인 1표제는 '장기 표류' 불가피
정 대표의 향후 행보는 '속도 조절'과 '우회 돌파'로 나뉠 전망이다.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준비를 위해 공천 룰 개정은 시급한 과제다. 

정 대표는 "지방선거 룰과 관련된 개정안은 수정안을 내서 빠른 시간 안에 재부의하겠다"고 밝혔다. 

주말 사이 지방선거기획단을 가동해 반발이 심한 조항을 덜어내고, 당장 다음 주 최고위와 당무위를 거쳐 재수을 밟겠다는 것이다. 이는 당무 마비 사태만은 막겠다는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반면, 핵심 공약이었던 '1인 1표제'는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거나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정 대표 스스로 "지금 즉시 재부의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시인했기 때문이다. 

◇ '개혁' 명분으로 당원 결집 시도하겠지만… 동력 떨어져
정 대표는 앞으로 '당원에게 길을 묻겠다'며 장외 여론전을 통해 중앙위를 압박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역사는 직진하지 않지만 퇴보하지 않는다"는 그의 발언은 향후 강성 지지층을 향해 '중앙위 성토'의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전망은 밝지 않다. 이미 중앙위가 '부결'이라는 확실한 카드로 정 대표의 권위에 상처를 낸 이상, 무리하게 재추진할 경우 당내 갈등만 증폭될 수 있다. 

전당대회 당시 압도적 지지를 받았던 '정청래 파워'가 여의도 기득권의 견제와 제도적 한계 앞에서 무력함을 드러내면서, 향후 정국 주도권 싸움에서도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결국 정 대표는 지방선거 승리라는 명분을 앞세워 당내 통합을 꾀하는 '관리형 모드'로의 전환을 강요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당원 주권'이라는 깃발은 계속 흔들겠지만, 실질적인 제도 개혁의 동력을 상실한 채 레토릭(수사)에 그칠 공산이 커졌다. 독자적인 '정청래 시대'를 열려던 그의 구상이 첫 번째 시험대에서 호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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