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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 볼모 잡은 ‘묻지마 필리버스터’…제1야당 국민의힘의 '몽니'

박준서 2025-12-09 22:39:35

정기국회 마지막 날 ‘아수라장’ 된 본회의장
나경원, 비쟁점 법안 토론서 “입법 내란”
마이크 꺼지자 고성·막말·무선마이크 반입 등
민생 볼모 잡은 ‘묻지마 필리버스터’…제1야당 국민의힘의 '몽니'
나경원 국민의힘 국회의원 페이스북

9일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장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필리버스터)’라는 제도를 무기 삼아 국회를 멈춰 세웠다. 명분은 여당의 ‘입법 독재’ 저지였으나, 그들이 보여준 행태는 국회의 한 축을 담당하는 야당으로서의 아쉬움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장.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상정되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섰다. 가맹사업법은 가맹점주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법안으로,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동의하는 의원이 다수 존재하는 비쟁점 법안이다. 그러나 나 의원은 법안 내용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 대신, 시작부터 “사법파괴 5대 악법 철회”, “입법 내란 세력” 등 야당을 향한 거친 정치적 구호만을 쏟아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의제에 맞는 발언을 하라”며 제지하고, 급기야 마이크 전원을 끄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자 본회의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러움을 넘어 참담했다. 국회의장을 향해 “우미애(우원식+추미애)”라고 조롱하거나, “독재자”라고 고성을 지르는 모습은 시정잡배의 싸움판을 방불케 했다.

급기야 나 의원의 마이크가 꺼지자 곽규택 원내대변인이 당 소유의 무선 마이크를 본회의장에 무단 반입해 나 의원에게 건네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국회법 절차를 무시하고 사적 장비를 동원해 의사진행을 강행하려 한 것은 입법부의 권위를 스스로 깎아먹는 행위다. 우 의장이 “누가 마이크를 갖다줬느냐”며 질책하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석에서 “개인 방송국이냐”는 비아냥이 터져 나온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국민의힘의 전략 부재와 명분 없는 ‘묻지마 필리버스터’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8대 악법’을 막겠다며 이날 상정된 59건의 법안 전부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송언석 원내대표 스스로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우리 당 많은 의원이 동의하는 내용”이라고 시인했음에도, 단지 ‘야당의 입법 독주를 알리겠다’는 정치적 셈법만으로 민생 법안까지 볼모로 잡은 것이다.

국회법상 회기 종료와 함께 필리버스터는 자동 종결된다. 결국 10일부터 시작되는 임시국회에서 민주당은 ‘살라미 전술’(임시국회 회기를 잘게 쪼개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하는 방식)로 법안을 하나씩 처리해 나갈 것이 뻔하다. 국민의힘이 이날 보여준 것은 실질적인 법안 저지 효과는 없이, 국회의 파행만을 유도해 정치적 혐오감만 부추긴 ‘빈손 투쟁’이었다.

여당의 입법 폭주가 문제라면 논리와 대안으로 국민을 설득해야지, 국회법 절차를 어기며 고성을 지르고 비쟁점 민생 법안까지 가로막는 것은 책임 있는 제1야당의 자세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기국회 마지막 날, 국민의힘이 남긴 것은 ‘투사’의 이미지가 아니라, 국회를 정쟁의 늪으로 빠뜨린 민낯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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