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9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사법개혁을 향한 강한 의지를 재천명했다. 야권과 법조계 일각에서 제기되는 '위헌 논란'과 '속도 조절론'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사법 시스템으로는 국민적 상식에 부합하는 정의를 실현할 수 없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와 여당은 사법부의 '제 식구 감싸기'와 '재판 지연'이 임계점을 넘었다고 판단,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포함한 고강도 개혁을 '불가역적 과제'로 못 박았다.
◇ 李 “개혁은 살 가죽 벗기는 것… 저항 당연해”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원래 개혁이라는 말의 뜻은 '가죽을 벗기는 것(피혁·皮革)'으로, 그만큼 아프다는 뜻"이라며 "사회의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갈등과 저항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최근 여권이 추진 중인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등 사법개혁 법안에 대해 법원행정처와 야당이 강력히 반발하자, 이를 '개혁 저항 세력'으로 규정하고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이를 두고 "6대 분야 개혁 전반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으나,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사법부를 향한 최후통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대통령이 "저항이나 갈등이 없는 개혁은 개혁이 아니다"라고 단언한 것은, 기득권의 반발을 무릅쓰고서라도 사법 지형을 바꾸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다.
◇ 사법부 불신이 자초한 '특단 조치'… 명분은 ‘공정성 회복’
정부와 여당이 위헌 시비에도 불구하고 내란전담재판부 카드를 고집하는 핵심 명분은 '사법 불신'이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이날 MBC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 취소 사태를 거론하며 "국민은 '법이 만인 앞에 평등하지 않다'는 의구심을 갖게 됐고, 법원이 공정하지 않다고 판단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윤 전 대통령 재판을 담당했던 지귀연 부장판사의 재판 진행 태도와 석방 결정을 사법 개혁의 기폭제로 보고 있다.
우상호 정무수석은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내란전담재판부 논의는 지귀연 판사가 윤 전 대통령을 풀어줬기 때문에 시작된 것"이라며 "재판 태도가 '가족오락관' 같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사법부의 권위가 실추됐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즉, 현재의 사법 시스템이 전직 대통령 등 '거악(巨惡)'을 단죄하는 데 있어 무기력하거나 편파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이재명 정부의 판단이다.
일반적인 재판부 배당으로는 의도적인 재판 지연이나 '법기술'을 통한 형사 사법의 무력화를 막을 수 없기 때문에, 내란 사건만을 전담하는 특별 재판부가 헌법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수단이라는 논리다.
◇ 민주당, '독소조항' 빼고 이달 말 처리… “사법부 무력시위 어림없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사법개혁의 당위성을 확보하기 위해 법안의 정교함을 다듬는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당초 12월 임시국회 초반 처리를 목표로 했으나, 위헌 소지를 없애기 위해 처리 시점을 20일 이후로 미루고 세부 내용을 조정 중이다.
가장 큰 쟁점이었던 '내란전담재판부 추천위원회의 법무부 장관 참여' 조항은 삭제될 가능성이 높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법무장관이 빠져도 괜찮다"며 한발 물러섰다. 이는 '행정부의 사법부 통제'라는 야당의 비판을 희석시키고,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 법안 통과의 명분을 쌓으려는 고도화된 전략으로 보인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는 사법부의 집단 반발에 대해서도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김기표 원내부대표는 "사법부가 개혁 얘기가 나올 때마다 무력시위를 하며 비껴갔지만 이번엔 어림없다"고 경고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 역시 "기득권 지키기가 아니라 내란 재판을 어떻게 공정하게 할 것인지 대안을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결국 이재명 정부의 사법개혁 드라이브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사법부가 국민의 상식과 괴리된 판결을 내놓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국민의 뜻에 따라 필요한 일은 해나가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언급처럼, 이번 사법개혁 파동은 단순한 입법 전쟁을 넘어설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