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집권 2기 출범을 앞두고 ‘진영 파괴’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28일 이 대통령은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에 이혜훈 전 의원을,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에 김성식 전 의원을 각각 지명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명청대전’으로 불리는 계파 갈등과 김병기 원내대표 관련 의혹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는 시점이다. 대통령의 이번 인사는 색깔론을 배제한 실용주의를 앞세워 경제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임과 동시에, 복잡하게 얽힌 당내 시선을 외부로 돌리려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린 ‘충격 요법’으로 풀이된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철저한 ‘실력 위주의 외연 확장’이다. 기획예산처 장관 내정자인 이혜훈 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로 불렸던 대표적인 보수 경제통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출신으로 지난 총선까지 국민의힘 간판을 달고 뛰었던 인물을 이재명 정부의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수장에 앉힌 것이다. 김성식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내정자 역시 안철수 의원과 행보를 같이했던 대표적 ‘제3지대’ 전략가이자 중도파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책이라도 유용하면 쓴다”던 이 대통령의 평소 지론이 인사에 투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거대 야당의 반발이나 지지층의 동요를 감수하고서라도, 경제 부처에 보수·중도 인사를 전진 배치해 정책 신뢰도를 높이고 실질적인 경제 성과를 내겠다는 ‘올인(All-in)’ 전략인 셈이다.
그러나 여의도 정가에서는 이번 인사를 순수한 ‘경제용’으로만 보지 않는다. 현재 민주당은 김 원내대표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이에 따른 당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고위원 보궐선거는 친명 주류와 비주류 연합 간의 대리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고, 지지층 내부에서조차 원내지도부 교체론과 옹호론이 충돌하며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이 시점에 터져 나온 ‘보수 인사 중용’은 당 내부로 쏠린 비판의 화살을 외부(정책과 파격 인사)로 돌리는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관건은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인 당원들의 반응이다. 당 일각에서는 “우리가 만든 정부에서 보수 인사가 웬 말이냐”는 정체성 혼란과 반발이 터져 나온다. 이는 선명성을 강조하는 강성 비주류 후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인사가 결과적으로 ‘친명 체제’를 공고히 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존재한다. 이 대통령이 보수 인사까지 기용하며 ‘경제 살리기’에 나선 마당에, 당 지도부가 내부 총질보다는 대통령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대통령 수호론’이 힘을 얻을 공산이 크기 때문.
결국 이번 인사는 최고위원 보궐선거에서 ‘누가 대통령의 파격적 실용주의를 가장 잘 보좌할 수 있는가‘를 묻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이혜훈·김성식’ 카드로 경제 성과와 중도 확장을 노리는 동시에, 당 내부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한 유연함’이라는 명분을 던졌다. 실용주의의 칼끝은 성과를 향하고 있지만, 그 칼자루가 당내 ‘친명 체제 강화’라는 정치적 결과물로 귀결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