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공직 기강 확립을 명분으로 가동한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를 둘러싸고 관가(官家)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와 대통령실은 "헌정질서 회복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내란 가담 세력에 대한 인적 쇄신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 등 일각에서는 고강도 감찰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정부는 이번 조사를 통해 ‘내란’에 동조한 공직자를 색출하고 민생 경제로 국면을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휴대전화 조사 등 감찰 방식의 적법성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 정부 “내란 가담자 승진 불가… 1월 인사 전 마무리”
김민석 국무총리는 1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TF 가동 배경에 대해 "신속한 헌정질서 회복과 공직사회 통합을 위한 불가피한 국정안정 조치"라고 규정했다. 김 총리는 "조사는 헌법과 적법 절차에 따라 꼭 필요한 범위에서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진행될 것"이라며 '속도전'을 강조했다. 이는 광범위한 사정(司正) 정국이 국정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해, 내년 초 정기 인사 전에 논란을 매듭짓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의 기류도 강경하다. 우상호 정무수석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야권의 비판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우 수석은 "내란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사람이 승진하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며 이번 조사가 사실상 '승진 배제'를 위한 사전 검증 성격임을 시사했다.
그는 "특검이 연장되는 바람에 지금 조사를 하지 않으면 내년 인사에 반영할 수 없다"며 TF 가동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조사 대상에 대해서도 "소수에 국한될 것"이라며 전면적인 공직 사회 위축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 '휴대전화 제출' 놓고 적법성 공방…인권위 제동
가장 큰 쟁점은 공무원들의 휴대전화 조사 여부다. 야당과 공직 사회 내부에서는 "법적 근거 없는 사찰"이라는 반발이 나온다. 이에 대해 우 수석은 "자기 휴대전화는 자발적으로 제출하지 않으면 볼 수 없지만, (업무용) 공용 휴대전화는 볼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우려를 표명하며 견제구를 날렸다. 안 위원장은 "TF 운영 과정에서 인권침해 요소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 부처가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영장 없는 휴대전화 제출 요구'에 대해 "만약 불법적이라면 당연히 제출하지 않아야 한다"고 못 박았다.
안 위원장은 관련 진정이 제기된 상태임을 언급하며 "경우에 따라 사전 또는 사후 의견 표명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정부의 감찰 드라이브가 적법 절차를 넘어서는 순간, 인권위 차원의 제동이 걸릴 수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 檢 대장동 항소 포기엔 "관여 안 해"…경제·외교로 시선 돌리기
한편, 이날 정부는 비상계엄 후폭풍을 수습하고 국정 운영의 무게중심을 '경제'와 '외교'로 옮기려는 모습도 보였다. 김 총리는 APEC 정상회의와 한미 관세협상 타결, 이재명 대통령의 아프리카·중동 순방 등을 거론하며 "외교적 성과를 민생경제로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의 핵심은 타이밍"이라며 규제 개선을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거리를 뒀다. 우 수석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실은 특별히 관여한 바 없다"며 법무부 장관 소관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TF를 통해 '내란 흔적 지우기'를 시도하는 동시에 외교·경제 성과를 앞세워 국정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