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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의 '1인 1표제', 김민석 견제 위한 승부수인가

박준서 2025-11-26 18:52:14

정청래 "반대 의원 한 명도 없어"...당원권 강화 명분 내세워 의지 공고화
'이재명의 구원투수' 김민석 총리 부상에 위기감...당권 사수 위한 '권리당원 포섭' 전략
정청래의 '1인 1표제', 김민석 견제 위한 승부수인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 민주당 제공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차기 당권을 겨냥한 승부수를 던졌다. 정 대표는 26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등가성을 맞추는 ‘1인 1표제’ 도입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표면적으로는 ‘당원 주권 강화’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여의도 정가에서는 차기 당권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김민석 국무총리를 견제하고 자신의 연임 가도에 탄탄대로를 놓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해외 순방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당의 헌법인 당헌·당규를 건드리는 민감한 사안을 속전속결로 처리하려는 모습에 당내 비명(비이재명)계와 일부 친명계 인사들마저 우려를 표하고 있어, 향후 계파 갈등의 뇌관이 될 전망이다.

■ 굳히기 들어간 정청래 “1인 1표제는 공약, 반대 없다” 
정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작심한 듯 1인 1표제 관철 의지를 밝혔다. 그는 "1인 1표제는 당원주권 정당의 핵심 중 핵심"이라며 "지난 전당대회 공약이자 당원들의 선택을 받은 사안이기에 이행 의무가 있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의원들 중 저에게 '반대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큰 물줄기는 잡혔다"며 당내 이견을 일축했다. 

이는 권리당원의 비중을 대폭 늘려, 열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의 영향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재 민주당 구조상 대의원 비중이 줄고 권리당원 표심이 100% 반영되는 구조가 될수록, 강성 팬덤을 보유한 정 대표의 재선 가능성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 김민석 총리 '대망론'...정청래의 조급함이 부른 속도전?
정 대표가 논란을 무릅쓰고 '1인 1표제' 드라이브를 거는 배경에는 김민석 국무총리의 존재감이 자리 잡고 있다. 김 총리는 최근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며 이재명 정부의 실질적인 2인자로 입지를 굳혔다.

일각에서는 김 총리의 차기 행보로 서울시장을 거론하지만, 정치권의 셈법은 다르다. 서울시장은 행정 조직상 대통령실의 하위 기관으로, 정권의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을 방어하는 데 한계가 있다.  

반면, 집권 여당의 당대표는 당정 관계를 주도하며 대통령의 정치적 방패막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 레임덕을 막아낼 '구원투수'가 되기 위해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청이 아닌 여의도 당사로 돌아와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대통령실 기류는 지방선거 승리보다 당권 장악을 더 중요하게 본다"며 "정청래 체제가 지속될 경우 이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될 우려가 크기 때문에, 김 총리가 유일한 대항마로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결국 정 대표 입장에서는 김 총리가 당권 경쟁에 뛰어들기 전, 운동장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기울여놔야 하는 절박한 상황인 셈이다. 1인 1표제는 김 총리의 조직력(대의원)을 무력화하고, 정 대표의 텃밭인 권리당원 표심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계산이 깔린 제도적 장치다.

■ 이언주 “대통령 없을 때 분열 일으키나”…당내 반발도 만만치 않아
정 대표의 '마이웨이'식 당 운영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이언주 의원은 지난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왜 대통령 순방 중에 이의가 많은 안건을 밀어붙여 당원을 분열시키느냐"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 의원은 "1인 1표제 도입의 찬반을 떠나 절차적 정당성과 민주성 확보가 핵심"이라며 "취약 지역(영남 등)의 목소리가 과소 대표될 우려가 있음에도 숙의 없이 밀어붙이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는 영남 및 호남 등 지역 기반이 탄탄한 대의원 조직이 붕괴될 경우, 수도권 중심의 강성 권리당원 목소리만 과대 대표돼 '전국 정당'의 면모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다.

■ '선명성' 경쟁 돌입한 김민석, 정면충돌 불가피
김 총리 역시 당권 도전을 염두에 둔 듯 선명성 경쟁에 시동을 걸었다. 그는 다가오는 12·3 비상계엄 사태 1주년을 앞두고 "내란 심판에 타협은 없다"며 강경 메시지를 쏟아냈다. 이는 민주당 핵심 지지층의 정서에 정확히 부합하는 발언으로, 정 대표가 독점하고 있던 '선명성' 이슈를 선점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결국 '1인 1표제'를 둘러싼 민주당의 내홍은 단순한 룰의 변경이 아닌, '포스트 이재명' 또는 '이재명의 수호자' 자리를 놓고 벌이는 정 대표와 김 총리 간의 거대한 권력 투쟁의 서막이다. 정 대표가 당원권 강화라는 명분으로 연임을 완성할지, 아니면 김 총리가 등판해 새로운 구심점을 만들지, 민주당은 지금 폭풍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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