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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청대전, 첫 전장은 ‘민주당 최고위원 보선’…통일교 수사가 향배 결정

박준서 2025-12-12 23:52:11

최고위원 보선은 대리전… 문정복 “버르장머리” vs 유동철 “구시대적”
전재수 낙마 부른 ‘통일교 리스크’, 정계 개편의 트리거 되나
명청대전, 첫 전장은 ‘민주당 최고위원 보선’…통일교 수사가 향배 결정
이재명 대통령(가운데), 김민석 국무총리(왼쪽),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 대통령실

여의도에 전운(戰雲)이 짙다. 친명(친이재명)계와 친청(친정청래)계 사이의 균열이 단순한 ‘잡음’을 넘어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치러지는 민주당 최고위원 보궐선거가 그 기폭제다. 

표면적으로는 지도부 공석을 채우는 선거지만, 그 이면에는 친명계와 당권을 쥔 친청계가 정면충돌하는 이른바 ‘명청대전’의 서막이 올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정국을 강타한 ‘통일교 게이트’가 변수로 등장하며 여권 권력 지형의 대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 “버르장머리 고쳐야” vs “천둥벌거숭이”… 험한 말 오가는 집안싸움
싸움은 이미 시작됐다. 포문은 친청계의 행동대장 격인 문정복 의원이 열었다. 문 의원은 12일 최고위원 출마 의사를 밝히며 경쟁자인 친명계 유동철 부산 수영구 지역위원장을 향해 “공직·당직도 못 해본 천둥벌거숭이”라며 “버르장머리를 고쳐주겠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유 위원장이 과거 부산시당위원장 경선 컷오프 당시 정 대표를 비판했던 ‘구원(舊怨)’을 소환한 것이다. 유 위원장 역시 “당의 품격을 해치는 구시대적 행태”라며 즉각 반발했다.

단순한 감정싸움이 아니다. 이번 보궐선거 대진표는 양측의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다. 친명계에서는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 이건태 의원과 원외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 유동철 위원장이, 친청계에서는 문정복·이성윤 의원 등이 나서며 전선을 명확히 했다.

이재명 대통령 입장에서는 정권 초기 ‘컨벤션 효과’가 사라진 지금, 정책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당의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그러나 정청래 대표 체제의 민주당은 대통령실과 미묘한 엇박자를 내며 ‘자기 정치’에 몰두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 대표가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고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한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친명계가 이번 보선에 총력전을 펼치는 배경에는 “더 이상 당을 정 대표에게만 맡겨둘 수 없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 ‘통일교 게이트’, 사정 정국 신호탄인가
그러나 판을 흔드는 진짜 변수는 여의도 밖에서 터졌다.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으로 전격 사퇴한 사건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현직 장관 낙마 사례다.

이 대통령은 전 장관의 사의 표명 10시간 만에 면직안을 재가하며 ‘속전속결’ 정리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지위 고하를 막론한 엄정 수사”를 천명하며 정면 돌파 의지를 보였다. 자신감이 드런난 것이다. 최소한 대통령의 측근 중에는 게이트 관련자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주목할 점은 이 칼날이 어디로 향하느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입에서 시작된 이 게이트는 여권 인사 다수가 연루되었다는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이종석 전 국정원장 등 거물급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통일교 게이트’ 수사가 명청대전의 승부를 경정 지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사정 칼날이 정청래 대표 측근이나 친청계 인사들을 겨냥할 경우, 이는 자연스러운 ‘당내 물갈이’ 명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수사가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친명계로 번질 경우, 정권 자체가 흔들리는 레임덕의 방아쇠가 될 수도 있다.

◇ 김민석 등판론도 솔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권 내부에서는 이재명 정부 2인자인 김민석 국무총리의 역할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정 대표 체제가 ‘통일교 리스크’와 당정 갈등으로 휘청거릴 경우,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당권 주자로 차출돼 이재명 정부와 여당의 구원투수로 등판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결국 이번 명청대전은 단순한 당내 노선 투쟁을 넘어선다. 최고위원 보궐선거는 전초전일 뿐이다. 본게임은 ‘통일교 게이트’ 수사 결과에 따라 엇갈릴 권력의 향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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